하와이 농업종사자들 우울증 비율 높아… 주립대 연구

하와이 주립대 열대농업인적자원대학(CTAHR)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내 45세 이하 농업종사자의 약 절반(48%)이 우울증을 경험했고, 14%는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주민보다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하와이 농산업을 괴롭히는 요인으로는 가뭄과 외래 침입종에 의한 병충해, 코로나19로 인한 재료 및 장비 공급 불안 등이 꼽힌다.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비료 및 연료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와이 주는 미 농무부가 1980년 대 설립한 서부지역농업스트레스지원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으며, 해당 자금을 통해 408명의 주내 농업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이루어졌다.

CTAHR 타오 러 학장은 주내 농업종사자 정신건강 실태에 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으며, 앞으로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러 학장은 하와이 주 농산업이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표본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다양한 인종 및 다양한 상품이 존재하기에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표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러 학장에 의하면 주내 농업종사자 인구는 약 7,300명이고, 연 수익이 5만 달러 이상인 종사자 수는 약 2,000명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젊은 층 및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계 농업종사자들이 우울증 및 자살충동 비율이 더 높았다.

다만, 러 학장은 장년 층의 경우 정신 문제에 관해 타인에게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고 짚었다.

하와이농부협회(HFU) 레바 로페즈 이사는 주내 농업종사자 대부분이 이익이나 수확량, 토양, 식물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정신건강은 화제가 아니라고 전했다.

러 학장은 미 본토 연구결과를 볼 때, 농업종사들이 정신적인 문제를 경험할 경우, 의사나 건강전문가보다 가족이나 종교인에 의지하는 경향이 크며, 이는 하와이 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하와이의 오하나 문화를 활용하여 농업종사자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하와이 주에서는 농업의 중요성이 점점 증대되고 있다.

주립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농업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주민은 무려 83%였고, 하와이 산 농산물에 더 많이 지출할 의향을 보인 주민도 56%에 달했다.

다만, 현재 주내 식품 85-90%는 주외산이라는 점과, 주 예산에서 농업관련사업에 투입되는 비율은 1%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하와이농부협회 로페즈 이사는 주민들의 바람을 반영하여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농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와이에서 농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선 자기 땅이 있거나 현금이 많지 않은 이상 농지를 구하기가 어렵다.

농사 자체도 만만한 일이 아니라, 품종에 따라 재배에 드는 노력과 지식이 어마어마하다.

수고스럽게 농산품이 마련되어도, 안정적인 유통망을 찾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농업종사자들이 직거래장터(Farmers’ Market)나 길가 가판대에서 자신이 기른 농산품을 팔고 있다.

농사가 잘 안 되거나 농산품이 팔리지 않아 현금이 마련되지 않으면,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또한 농업종사자들의 정신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로페즈 이사는 가뭄 걱정은 당장 코 앞에 닥친 현실이라고 운을 띄우며, 물 부족때문에 5년 이내에 농업을 그만 두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고 경종을 울렸다.

아울러, 현재 주내 농산업계에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청년 층을 수혈해야만 하와이 농업이 계속해서 이어 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