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경계인으로 부유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며 제 자신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았다고 할까요? 이제야 작가라고 불리어지는 것에 어색하지 않게 되네요” 하와이 출신의 이민1세 작가로 한국 문단에 등단한 임재희(사진 1964년생) 작가가 세 번째 소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작가정신)’를 출간하고 가족이 있는 하와이를 찾았다. 2013년 첫 장편소설 『당신의 파라다이스』 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고 하와이를 찾았을 당시의 모습과 세번째 소설을 들고 지난 8일 본보를 찾은 작가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았다”는 작가 스스로의 말처럼 하와이 이민자 출신의 작가로서 앞으로 작가로서 써 내려갈 자신의 소설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에서 작가는 한국을 떠났다가 돌아온 후 ‘왜 다시 돌아왔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명확한 대답조차 할 수 없는 귀환자의 이야기를 그린 ‘히어 앤 데어(Here and There)’, 이혼 후 미국으로 이주해온 여성이 남편과의 소통과는 또 다른 차원의 소통 부재의 일상을 살아간다는 ‘분홍에 대하여’ 그리고 미국에 살면서 끊임없이 한국적인 것을 찾고, 한국적인 것들과 교감을 나누려 하는 인물들에 대해 다룬 표제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등 다양한 시선에서 본 9편의 소설을 담고 있다. 작가는 ‘미국으로 간 이민자’, ‘한국으로 돌아온 귀환자’, 그리고 ‘한국에서 사는 한국인’이라는 세 부류의 인간형을 통해 ‘경계인’ 또는 ‘주변인’의 개념을, 어느 곳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현대 한국인의 민낯을 조명하며 치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즉 작가 스스로 이민자로서 하와이와 한국에서 느낀 경계인으로서의 혼란과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했던 경험을 작품 속에 녹아내며 그러나 경계인으로서의 푸념에만 그치지 않고 주류에 속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부각시키며 자신이 서 있는 그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아가는 치유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것에 이번 작품에 작가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은 독자들 가운데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달려가다 좌절의 아픔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20, 30대 여성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는 임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사회가 자신들의 민낯을 직시하고 이방인의 심리상태에 대한 공감대가 넓혀질 수 있을 것”을 소망했다. 임 작가는 “116년의 하와이 한인이민역사의 뿌리가 제 작품활동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앞으로 작품활동을 통해 그 이민역사의 뿌리를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갈 것”이라고 전한다. 작가는 강원도 철원이 고향으로 198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하와이주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당신의 파라다이스’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고, 2017년에는 장편소설 ‘비늘’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