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기획> 미주한인이민 120주년을 준비한다

백 태웅 소장, 로스쿨 교수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

2022년 임인년 새해, 미주 한인이민 119주년과 한국일보 하와이 창간 50주년을 맞아 이민종가 하와이 동포사회는 뜻깊은 행사 개최와 준비로 분주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올해 하와이 한인사회는 70년대 후반 제3의 이민물결을 타고 하와이에 정착한 한인 이민 1세들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미주한인 이민120주년 기념사업 준비를 본격 시작해야 한다.

본보는 신년 기획으로 한인사회 각계 주요 인사들의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하와이 한인사회 현안을 짚어보고 내일의 청사진을 그려보는 시간을 갖는다.<편집자주>

21세기 한국학의 전망 (1)

1903년 1월 13일, 102 명의 한인을 실은 증기선 게릭호가 호놀룰루에 최초로 입항한 이래, 1905년까지 약 7,400여 명의 초기 한인 이민이 미주에 도착하여 미주 한인 이민 역사의 시작을 열었다.

2020년에 진행된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미국의 한인은 이제 185만9,563명에 이르고, 하와이에 거주하는 한인도 5만2,410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주 한인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다 보면 한 가지 어려운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무엇보다 시민권 내지 영주권을 보유하고 미국에 거주 하는 사람들의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과 한국의 축구 시합이 벌어질 때 당신은 어느 쪽을 응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할 때 우리는 이민자의 정체성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사실 인간은 하나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정체성을 동시에 유지하며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민 사회 내에서도 무수한 편차를 발견하게 된다.

때문에 이민자들이 현지인화 하고 주류 문화에로의 동화를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 및 인종적 정체성을 견지하고도 다문화와 공존을 장려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주 한인의 경우엔 1세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민 사회의 역사가 이민 2-3세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민 사회의 새로운 리더십을 어떻게 형성할 것이며, 또 그들과 한국 사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고민되어 왔다.

미국의 일본계 이민이나 그리스계 이민의 경우 대체로 미국 사회에 깊이 동화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고, 그에 따라 이민사회는 일본계라는 인종적 뿌리를 공유하는 정도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태인계의 경우는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 (AIPAC)와 같은 로비단체를 통하여, 미국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본국과도 긴밀한 연계를 유지하며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한인 이민의 경우 이민의 정체성과 한국과의 관계, 한인의 미래의 지향과 관련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도 고민을 피할 수 없다.

미주 한인들은 1980년대와 90년대까지만 해도 대체로 현지의 주류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을 중시하여 왔지만, 최근 들어 한인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고 한국 사회와의 긴밀한 연계도 유지하는 것이 과거에 비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K-Pop과 한류가 활발하게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는 현시점에서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향후 한인 사회의 전망은 과연 어떠한지, 그 속에서 한국학의 전망은 어떻게 열어 가야 할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하와이 한인 이민 사회의 과거와 현재, 또 미래를 놓고 볼 때 이 점은 더욱 중요하게 제기된다.

하와이 한인들은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점되는 시기로 부터 식민 통치 시기를 이겨내며 미주 한인의 모범적인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

초기 한인이민과 사진신부의 경험에 이어, 1960년대 이후의 새로운 이민들까지 함께 고려할 때, 하와이 한인 사회가 향후 어떠한 모습을 취할 것인지는 미주 한인 전체의 미래를 밝히는데 있어서 매우 긴요한 부분이다.

이것은 또한 미국에서의 한국에 대한 연구와 21세기의 한국학의 전망과도 밀접하게 연결이 된다고 하겠다.<다음 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