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관광지 하와이에서 한인여행업계 종합여행사로 터전을 다지고 30여년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동양관광여행사 김희숙(사진)대표를 찾아 보았다.
마침 25년간 자리를 지켰던 정든 사무실을 뒤로하고 새 사무실로 확장 이전을 결정하고 이런저런 옛 서류들을 챙기고 있던 김대표는 자신의 하와이 이민생활을 지탱시켜 준 여행업이 천직임을 나이가 들어가며 뒤늦게 알게되고 이같은 천직을 허락한 하나님에게 매일매일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고 고백한다.
1987년 6월 친구의 중매로 알버트 김씨와 결혼하면서 하와이로 이주한 김 대표는 당시 가져 온 한글 타자기로 어떤 모임의 회칙을 타이핑해 준 것이 인연이 되어 여행업에 뛰어든 동기가 되었다고 전한다. 그렇게 해서 1988년 한인사회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동양여행사는 한결같이 그 이름을 지키며 새 이민 1세대들의 항공권, 관광, 서류업무 등 그야말로 새 이민1세대들의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만물상 같은 곳이자 타운소식을 접하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 희숙 대표의 지칠줄 모르는 일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은 한류열기 속에서 한국여행 붐을 일으키며 유수한 로컬 업체와의 경쟁 속에서도 I LOVE KOREA 한국 여행상품을 꾸준하게 판매하는 곳으로 자리매김 했다.
최근에는 고국관광 상품외에도, 동/서유럽,호주/뉴질랜드,아프리카, 알프스, 일본, 알래스카 크루즈 등등 열심히 일한 새 이민 1세대들의 수고에 보답하는 다양한 세계 여행상품을 준비하고 직접 손님을 인솔하고 5대양 6대주를 누비고 있다.
시인 이자 하와이 문인협회의 초대 회장으로 마주했던 김 대표와 여행사 대표로 마주하는 최근의 김대표는 확실하게 변한 모습이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쉽지 않는 일임에도 남들은 은퇴를 고민하는 나이에 뒤늦게 세계여행 상품을 직접 기획하고 인솔하고 있는 김 대표의 모습에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그래서인지 세계 곳곳을 누비며 문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려낸 김희숙 문체의 여행기가 기대되기도 한다.
동양여행사가 문을 연 초창기 때는 마침 한국에서 88 올림픽으로 한국인의 여행자유화 시동이 걸릴 때였고 하와이에서도 한인여행업계가 붐을 이루던 시기였다.
올림픽 이후 한국인들은 세계 여행에 눈을 뜨고 하와이를 찾기 시작했다. 여행업에 무지하고 자본도 부족했고 자산이래야 한글타자기와 남편이 쓰던 영문 타자기가 전부였지만 .서툰 영어로 좌충우돌하면서 오늘날 동양여행사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열정과 성실함 그리고 김희숙 특유의 또순이 기질이 있어 가능했다.
인바운드 투어가 한창 활성화 되었을때, 6개월은 하와이 현장에서 진두지휘 하고 6개월은 서울사무소 직원들과 세일즈콜을 나갔다.
발이 불어터져도 여행사라는 간판이 보이면 무조건 방문했다. 보험회사에서 나온 줄로 오해를 받기도 하고 젊고 여자 라는 이유로 큰 단체의 계약이 엎어지기도 했다. 민속촌 한 번 가보지 않고 서울 부산 대구 등 거래처를 방문하여 설명회를 해냈다니 배포가 대단하다.
최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아무리 열심히 해도 관광업은 어떤 업종보다 외부적인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1990년대 IMF 때 큰 고배를 마셨지만 지금의 동양여행사로 여전히 건재하는 것은 김 대표 특유의 깡으로 버터낸 결과이다.
성공한 이민 1세대들의 공통점은 일에 미쳐 지내던 시절엔 1인 10역은 거뜬히 해내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 역시 워낙 사람들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지 여행업은 천직인 것 같다.
김 대표는 문학소녀를 꿈꾸던 자신이 하와이에서 여행업에 몸을 담고 반백이 될 줄이야 인생은 참 모르는 것이라며 웃는다.
1999년부터 문학의 불모지 하와이에서 하와이 한인 문인협회 초대 회장직을 맡아서 10년간 봉사한 것도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회상한다. 2003년에는 제5회 재외 동포문학상 시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있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는데 잦은 여행 일정으로 신자의 의무는 다 못하고 살지만 하나님이 만든 세상을 확인하며 신앙고백을 하며 어디를 가든 이끌어 주시고 보호해 주시는 주님의 빽이 있어서 든든하다고 한다.
김 대표와 같이 투어를 한 번이라도 다녀오면 한 가족이 되어 김 대표를 믿고 세상 나들에 나서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새 사무실 이전을 준비하며 김 대표는 크고 작은 업체들이 모여서 삶의 터전을 일구어 오던 옛 키아모쿠 한인 상권에 본국의 큰 손투자가들이 몰려 오며 정작 한인사회 소자본 업주들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소회를 전한다. 아울러 9월부터 새장소에서 선 보이는 동양여행사의 서비스 상품은 넓은, 사람 냄새가 듬뿍 나는 그런 여행일정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