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저, 느린걸음 출판, 2010년
안녕하세요, 한국일보 독자 여러분, 새해에 인사드립니다.
올 2024년은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 미국의 대통령 선거 및 러시아, 우크라이나, 인도, 파키스탄, 유럽연합, 영국, 일본 등의 대선과 총선이 치뤄지고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듯 격동적인 한 해가 될 듯 합니다.
새해에는 부디 모든 곳들이 평화롭기를 아이들이 고통받는 일이 없기를 바래봅니다.
이러한 큰 정치적, 사회적 파도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인 우리는 때로는 견디기 힘들고, 극복하기 벅찬 일들을 만나서 좌절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새해를 맞아 또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고 계획을 세우며 희망과 함께 한 해를 또 살아나갈 준비를 합니다.
우리는 단지 연약하지만은 않은 존재입니다. 저는 때로는 희망이라는 감정이 삶을 사는데,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희망이 우리를 하루하루 살게 하고 희망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요.
이 희망을 한 평생 노래한 시인이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들도 노동운동가로 많이 알고 계신 박노해 시인입니다.
박노해 시인은 노동자로 살면서 80년대에 ‘노동의 새벽’이라는 시집을 발표하여 당시 노동 운동의 상징적 존재가 되었고 90년대에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무기징역이 선고되기도 하였습니다.
출소 이후의 그의 행보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기도 합니다만 그가 탁월한 시인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오늘은 박노해 시의 대표작으로 6만 부 이상이 판매된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이 시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는 ‘겨울 사랑’이라는 시입니다.
겨울 사랑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림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올 해에도 몇 번씩은 겪을 우리의 크고 작은 겨울, 그 겨울 속에서는 따뜻한 포옹으로 서로를 감싸고, 겨울이 지난 때에는 겨울을 되돌아보며 아직 겨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2024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희망찬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