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새 이민 한인 1세대 `나는 역사다’
세대를 잇는 김치식당 2 로즈/니콜라스 전 포모나 언약 연합감리교회 엄희조 담임목사
“시어머니가 1975년 카네오헤에서 시작한 김치식당이 2남4녀 전씨 가족들의 삶의 터전이 되고 하와이 원조 한식당으로 로컬 주민들에게 한식을 알리는 전초기지가 된 셈이네요”
전영창/희주 이민 1세가 시작한 김치식당은 1977년 장남 전명학/로즈 부부가 카이무키에 김치식당 2를 오픈 하며 로컬 주민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치식당 2는 43년째 한 자리에서 3대째 김치식당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로즈 씨는 시어머니가 운영하던 김치식당 1에서 불과 몇 달간 트레이닝을 받고 당시 미국 군대를 갓 제대한 남편과 6살 아들과 함께 카이무키 김치식당 2를 이웃 주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키워왔다고 회상한다.
푸짐하고 넉넉한 갈비 불고기, 집에서 직접 만드는 만두, 남편과 함께 개발한 밋전 등 다양한 한식 메뉴로 다민족 하와이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며 한식의 세계화에 불을 지폈다.
카이무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켜 온 김치식당 2는 남편과 사별한 이후 장남 지미가 이어 받아 번창했다.
장남은 생전에 남편이 언제든 이 식당을 물려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밥상머리 교육 덕분에 한식의 메뉴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
아버지와 함께 김치식당 1을 운영하는 할머니의 손 맛을 이어 받아 하와이 식 밋전을 개발하고 스팸을 넣은 할머니 김치찌개를 주민들에게 본격 알리며 하와이 주민들에게 한식을 주식으로 자리하게 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식당이 갑자기 문을 닫고 테이크 아웃 주문만으로 버티던 당시 아들은 이웃들에게 그 동안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50달러 상당의 패밀리 팩을 만들어 무상으로 제공하며 오하나 마음을 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들이 마련한 이 패밀리 팩은 이웃들과 이별을 준비한 듯 아들의 마지막 감사의 선물이 되었다.
팬데믹으로 힘든 상황을 오롯이 혼자 버텨내던 아들은 2021년 심장마비로 갑자기 가족들의 곁을 떠났다.
코로나 팬데믹 공포 속에 하루아침에 장남과 사별한 로즈 여사도 무너졌다. 아들을 잃은 충격과 고통으로, 수도 없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을 오고 갔다.
그러한 와중에 로즈 씨를 살린 것은 25살 손자와 이웃들이었다.
“손자 니콜라스가 할아버지와 아버지 뒤를 이어 김치식당 2의 역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나서는 걸 보고 손자 손녀들을 위해서라도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맘을 추스린지 얼마 되지 않아요. 이웃들이 우리 아들 지미를 추모하며 가족처럼 식당을 찾고 있어 아들과 아버지를 허망하게 먼저 보낸 우리 가족에게 큰 힘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손자와 손녀들이 더 맛있는 음식으로 보답하고 있어요”
두 손녀들도 당번을 정해 할머니가 만드는 만두 만들기에 동참하며 팬데믹으로 예상치 못한 세대교체를 하게 된 김치식당 2의 새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전씨 가족은 이번 팬데믹을 통해 비즈니스 거래처나 이웃들과 가족(오하나)처럼 지내는 것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손자 니콜라스는 “김치식당 2의 앞으로 역사는 이웃들과 더불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작은 힘을 보태가는 것”이라며 “그것이 아버지가 우리에게 남긴 사랑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치식당은 카이무키 외에도 오아후 내 다운타운, 펄시티 킹 스트릿, 카우아이 섬에서도 한식을 지역사회에 알리고 있다.
카네오헤에서 원조 김치식당 1을 운영했던 로즈씨의 시어머니 희주(사진 위 왼쪽) 여사는 이제 100세 시대를 열며 여전히 건강하게 자녀들과 주말 점심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