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유해만을 묻어 장례를 치르는 하와이 전통 매장 풍습이 다시 허용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원법안 SB 1021는 주 보건국이 하와이 전통 매장을 허가하도록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화학 용액을 이용하여 고인의 유해만을 남기는 새로운 방식의 장례 절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SB 1021은 이미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상태이며, 양원 협의회(conference committee)의 최종 확인 절차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와이 주 의회는 지난 2015년 하와이 전통 매장 풍습을 합법화하기 위한 노력을 실시한 바 있다.
주요 쟁점은, 전통을 위해 고인의 시신을 유해만 남은 상태로 만드는 것이 시신 훼손에 관한 현행법에 저촉된다는 점이었다.
또한, 하와이에는 시신을 유해 상태로 만들 수 있는 현대적 기술이 전무한 상태였다.
결국 2015년의 전통 매장 법제화 시도는 무산되었다.
그러나, 최근 ‘알칼리 가수분해’라는 최신 장례 문화가 소개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알칼리 가수분해는 수십 년에 걸친 시신 부패 과정을 수산화칼륨 같은 화학 용액을 이용해 한 두 시간으로 단축시키는 기술이다.
분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인간 세포는 아미노산처럼 극소 단위로 잘게 나뉘게 되며, 분해 과정 종료 후에는 유해만이 남게 된다.
이른바 화학장, 녹색화장으로, 지하수 오염과 장지 확보로 인한 환경 파괴의 우려가 있는 매장이나 대기 오염의 우려가 있는 화장보다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용면에서도 매장과 화장보다 경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미국에서 처음 상용화가 시작되었으며 캐나다를 비롯하여 영국도 근래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에서는 동물 사체 처리에만 허용되고 있다.
화학장을 거친 유해는 다시 분쇄 과정을 거쳐 유족에게 전달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하와이에서는 전통에 따라 유해가 남은 그대로 유족에 전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화장업체 등 기존의 장례업계에서는 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화학장에 사용되는 용액에 의한 수질오염 우려를 제기하며, 화학장이 화장보더 더 친환경적인지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와이 주립대 존 A 번스 의과대학에서 시신기증행정(Willed Body Program)을 담당하고 있는 스티븐 라브라시 장례 지도사는, 100년 전 처음 화장이 도입될 때 장례업계에서 지역사회보다는 업계 손익에 근거하여 반대 입장이 대두되었던 역사를 언급하며, 화학장 도입을 앞두고 장례업계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현실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딘 피셔 전 시신기증행정 담당관은 전미 20여 개 주에서 이미 화학장이 도입된 사실을 강조했다.
또한, 화학 분해 과정 후 배출되는 물은 무균상태이며 폐수 처리 시설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 보건국은 화학장 도입 법안에 대해 특별한 입장 발표는 내 놓지 않았지만, 의회가 소개한 법안을 통해 실제로 주민 건강에 위협이 되는 오염물질이 배출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