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놀룰루 미술관 산책(2) 불교미술실에서 만난 관음보살 좌상

호놀룰루미술관에 들어서면 중앙 안뜰(Central Courtyard) 왼쪽으로 아시아 미술을 소개하는 상설 전시실이 이어진다.각 공간은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 인도, 베트남, 필리핀 등 국가별로 구분되는데, 그 중 유독 범 아시아(pan-asia)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주제 아래 다른 지역과 시기의 미술품을 모아 놓은 곳이 눈에 띈다. 불교 미술 전시실이다. 일반적으로 종교의 중심 교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공통된 의미를 지니지만, 시각적인 형상과 장식을 표현하는 종교 미술은 각 지역의 특징적인 요소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며 다양하게 제작된다.인도에서 시작된 불교가 확산됨에 따라 아시아 전역으로 전파된 불교미술은 약 천여년간 지속된 신앙을 바탕으로 각 지역 미술의 형성과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이에 미술관에서는 범 아시아적인 미술의 주제로 불교를 주목하고 불교미술을 다루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한-중-일 삼국의 전시실을 지나 마주하는 불교 미술 전시실에는 간다라 지방의 초기 불상부터 중국의 불석상, 티벳의 탕카, 통일신라 시대의 금동불은 물론 일본의 목칠불까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불교관련 미술품이 함께 모여있다. 예배의 대상인 불상을 비롯, 불교 의식에 필요한 공예품, 사찰 건축에 사용되었던 기둥 등이 어우러져 종합적인 불교 미술을 선보이는 이 공간에서 특히 시선을 끄는 전시품은 전시실 한 쪽 끝에 자리잡은 중국의 목조관음보살좌상(木彫觀音普薩坐像)이다. 좌상임에도 불구하고 약 170cm의 높이로 규모에서부터 압도감을 주는 이 상은 자비를 베풀어 중생을 구제한다는 관음 보살을 묘사했다. 불교에서 보살(普薩)이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중생을 돕는 존재인데, 특히 관음보살은 재난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중생들에게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 구제해주는 보살로 알려져 있다. 보통 부처의 모습을 묘사한 불상은 따로 장신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과 달리 보살은 머리에 보관(寶冠)을 쓰고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으로 몸을 장식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특히 관음보살은 머리에 불상을 새긴 보관을 쓰고 병이나 연꽃 등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전시실에서 마주한 상 역시 목걸이와 팔찌 등 장신구와 함께 머리에 화불(化佛)을 조각한 보관을 착용하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좌측 다리는 아래로 늘어뜨리고 우측 무릎을 세워 앉는 자세를 취한 이 상은 오른 무릎 위에 오른 팔을 뻗어 걸쳐 놓음으로써 거대한 크기에서 오는 중압감을 한결 부드럽게 바꿔준다. 전체적인 자세와 비례의 균형이 좋고, 세부 조각 솜씨가 뛰어난데 특히 섬세한 손 모양과 살짝 들린 손가락 끝 마디의 표현이 인상적이다.여러 겹 겹쳐입은 옷자락과 상대적으로 매끈한 신체 표현이 대조를 이루고, 정교한 보관 및 머리카락 묘사와 초인적인 얼굴 표현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솜씨 좋은 장인이 종교 미술 속에서 갖추어야 할 덕목, 즉 현실적인 사실성과 이상적인 신성을 잘 조화시킨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정보>Guanyin China, Northern Song (960-1126) or Tangut Xia (1038-1227) dynasty, first half of the 11th centuryWood with traces of pigment 

오 가 영호놀룰루미술관 아시아부 한국미술 담당한국국제교류재단 파견 객원 큐레이터 <고송문화재단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