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 피해가 없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재산이야 또 벌면 되지요”
100년만의 참담한 화재 속에 빛나는
마우이 한인사회 `성숙한 대처’

왼쪽부터 구영희 피해자, 서정완 마우이 순복음교회 목사, 유선희 마우이 한인회장.

한국 관광객 무사 대피 도운 후,
이웃들과 함께 재건 의지 다져

“누구도 상상 못한 참담한 화재로 정말 한 순간에 모든 것이 재가 되었어요… 그래도 감사한 것은 한인 관광객은 물론 동포들의 인명 피해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재산이야 또 벌면 되지요”

“100년만의 화마가 라하이나 유서 깊은 역사 현장을 잿더미로 삼켜 버렸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의 등불’은 앗아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들과 함께 협력해서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교회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지난 8일 발생한 엄청난 산불로 전쟁터로 변한 마우이 재난 현장에서 18일 기자와 만난 피해자 구영자씨, 최모씨 부부, 이재민 돕기에 여념이 없는 마우이 순복음교회 70여명의 성도들과 서정완 목사, 유선희 마우이 한인회장은 잿더미로 변한 피해 현장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은 마우이 동포들 대부분은 그나마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건물, 사업주로 화재 현장인 라하이나가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인명 피해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라하이나 지역에 거주하며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위해 함께 일했던 직원들을 비롯해 집도, 일터도 잃고 생계가 막막한 이웃들의 처지에 가슴 아파하며 그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1988년 20대에 마우이로 건너 와 마우이 관광의 중심지 라하이나에 상가와 주상복합 건물 7개동을 소유하고 임대업을 하던 구영자씨는 “자신은 일단 보험회사와 (3천500만달러 추정) 재산 손실을 따지면 되지만, 불타버린 자신의 건물에 입주해 피해를 입은 거주자들은 화재 현장에서 탈출해 가까스로 살았어도 화상으로 죽어가는 이웃들을 직접 목격한 정신적 트라우마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괴로워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들의 거주지 마련을 위해 자신의 작은 힘을 보탤 것 이라고 밝혔다.

마우이 순복음 교회 서정완 목사와 70여명의 성도들은 8일 화재 발생 후 9일 영사관으로부터 한인 피해자 쉼터 역할 요청을 받고 어려움에 처한 관광객들의 안전한 대비를 비롯 현지 이재민 돕기에 한 마음이 되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정완 목사는 “순복음교회가 이재민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언론에 알려지며 많은 분들이 도움 요청을 해 오고 있고 또 많은 분들이 우리 교회의 역할을 지원하고 싶다며 연락이 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구호물품이 마우이에 많이 도착하고 있지만 정작 그 물건이 꼭 필요한 분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교회 차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보자는 심정으로 성도들과 발로 뛰고 있다”고 전한다.

인근 지역 소방관들과 도로 통제로 길이 막혀 집에 가지 못하고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했던 라하이나 주민들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제공하며 위로하는 일이나 전화기 하나 들고 대피한 이재민들이 교인들을 통해 요청해 오는 필요한 일상용품들을 직접 구매해 전달하고 있는 것.

마우이에서 만난 한인 피해자들 대부분이 이번 화재는 마우이 시당국이 적절한 대피조치는 물론 지역 상황에 맞는 CCTV나 전신주 설치 등 적절한 인프라 구축에 무관심했던 무능한 행정력에 기인하는 ‘인재’ 라는데 입을 모은다.

8일 이른 아침부터 정전으로 비즈니스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고 상상도 못한 강풍의 이상기후임에도 당국에서는 전기를 차단하거나 사이렌을 울리는 등 아무런 비상 조치를 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것.

한인 피해자들 대부분도 화재 당일 이른 아침부터 정전으로 문제가 있다는 종업원들의 연락에 일손을 돕기 위해 가게로 가다가 삽시간에 번진 산불로 길이 막혀 중도에 돌아온 경우이거나 왠지 휴식을 취하고 싶어 종업원들에게 가게 문을 일찍 닫으라고 말하고 집에서 쉰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라하이나에 비즈니스와 주택을 소유한 이모씨 부부의 경우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심상치 않은 날씨에 대비해 비상물품을 구입하기 코스코에 갔다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한 자신의 집에 가지 못하고 도로의 차 속에서 몇일을 지내다 순복음 교회에서 도움을 받고 현재는 호놀룰루에 마련한 자신의 콘도에서 심신을 추스리고 있다.

마우이 한인회 유선희 회장은 “이번 화재로 한인회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며 “회장직을 맡고 얼마 되지 않아 엄청난 일이 발생해 여전히 당황하고 있지만 전직 회장님들과 이사장님, 무엇보다 순복음교회 목사님과 성도들이 큰 역할을 해 주고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 한국정부와 공관원들의 발 빠른 도움으로 마우이 동포들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밝히며 “비록 마우이 동포사회가 인구 1천여명이 못되는 소규모이지만 한 마음으로 이번 사태를 잘 극복해 내며 오하나 정신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들과 동포들을 보듬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복구작업이 계속 되는 동안 마우이 한인사회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대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