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빅 아일랜드 알라이 묘역 한국 이민 조상 기념비
1903년 1월13일 호놀룰루 항에 도착해 첫 발을 디딘 하와이 초기 사탕수수농장 한인 이민자들은 마우이, 빅 아일랜드 힐로 등지로 도 이주해 그곳에서 새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도 했다.
빅 아일랜드 힐로 알라에 공동묘지에는 이들 초기 이민자들의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찾아 주는 이 없이 방치 되어 있던 이 묘역이 세상 속으로 다시 나오게 된 것은 1993년 하와이 한인 이민90주년기념사업 성공 개최이후 미주한인이민100주년기념사업 준비를 위해 동포사회가 한 마음이 되어 움직이던 2003년이다.
그 중심에는 1996년 뉴욕에서 거주하다 빅 알릴랜드 힐로 이주한 고 이병용화백의 열정이 있었다.
당시 빅 아일랜드 한인 거주자는 마우이 보다 적은 500여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소수의 한인들이 알라이 묘역에 방치되었던 이민선조들의 묘역을 재단장하고 한국의 제천에서 나오는 검은 대리석으로 한국이민조상기념비를 세웠다.
이는 이 화백의 불타는 예술혼과 탁월한 역사인식에 공감한 동포사회 및 한국내 예술인들이 보여준 혼연일치 후원 덕분이었다.
이 화백은 2년여 고군분투 끝에 1998년 10월 이곳에서 역사적인 한국이민 조상기념비 개막식을 개최하며 누구의 기억 속에서도 자리하지 못하고 이곳에 잊혀진 채 잠들어 있던 이민선조들의 혼불을 되살려 냈다.
당시 제막식에서 이병용 화백은 “이 제막식 행사를 전환점으로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개척자 정신을 갖는 정신문화운동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막식 기념책자에는 김창원, 주기성, 박시원, 이병용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제막행사 추진위원회를 비롯해 소설가 조정래, 벤 카예타노 주지사, 성정경 총영사를 포함한 하와이 한인사회 각계 인사들은 물론 재외동포재단, 한국미술협회, 대한항공 등 하와이뿐만 아니라 고국의 문화인 경제인들의 면면이 기록되어 있다.
이 역사적인 제막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병용 화백은 얼마 되지 않아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사탕수수농장 이민선조들의 혼불을 되살리기 위해 뉴욕에서 화가로 활동하다 빅 아일랜드 힐로를 찾았던 이 화백은 예술가로서의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고 우리 곁을 떠난 것이다.
그의 예술가적인 열정이 이곳에서 이민선조들과 함께 후세들에게 영원히 기억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