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전환점에 선 ‘미주한인 이민종가 하와이 한인사회’

까치까치 설날도, 우리우리 설날도 지나고 2022년 임인년 3월을 마주하고 있다.

한국일보 하와이 창간 50돌, 이민 119주년을 맞은 하와이 한인사회는 반세기 이민1세들의 역사를 정리하고 이민종가로서 내년 이민120주년 기념사업을 주도해 가기 위해 한인사회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미주한인 ‘이민종가’ 다움, 이민종가의 ‘언론’ 다움’에 대해 새삼 고민하게 된다.

본보 창간 50돌에 맞춰 본격 시작한 이민1세들의 이야기 ‘반세기 하와이 새 이민사 ‘나는 역사다’ 발간을 위해 지난 사진들과 기사들을 돌아보는 요즘, 키아모쿠 스트릿을 중심 한 카피올라니와 마칼로아, 칼라카우아 애버뉴 일대 상권의 변화는 가히 천지개벽의 수준으로 하와이 한류 경제력 신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1999년 10월15일자 하와이 지면 탑이 ‘키아모쿠 일대 <한국문화지역>선정 움직임’이었다. 당시 호놀룰루 시의회 기획공안위원회 소속의 시의원이 키아모쿠/마칼로아/카누누 스트릿 일대를 한국문화구 (Korean Clutural District) 로 지정하자는 결의안을 상정하며 한인사회가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것이었다.

한인사회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던 일을 시의원이 앞장서 추진한 이 결의안 상정은 결국 무산되었다.

주민공청회에 한인사회가 참여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한인 업소들은 많지만 정작 건물 소유주들은 한인이 전무하다시피해 자칫 지역 상권 영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20여년이 지난 오늘, 이 지역은 한인자본 오하나 퍼시픽 은행을 비롯해 팔라마 마켓, 페이브릭 마트, 마칼로아 플라자를 비롯해 한국인 소유 부동산이 이 지역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 곳을 ‘코리아 타운’으로 지정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하지 않는 한인사회가 오히려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받을 상황이다.

내년 120주년을 맞아 이 지역이 ‘코리아 타운’으로 지정되는 장밋빛 꿈을 꾸고 있던 중 올해 103주년 삼일절 경축식이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총영사관과 한인회가 각각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하며 잠시 잊고 지냈던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2015년 22대 한인회가 문추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떠안고 출범한 23, 24대 한인회는 문추위와 갈등의 장기화로 2018년부터 ‘분규단체’로 분류되어 한국 정부 주최 세계한인회장 대회에 초청 받지 못하고 정부 지원 행사도 주관하지 못하고 있다.

문득 30년전, 20년전, 10년전 한인회를 중심한 한인 단체들의 활동을 돌아보니 향상되고 개선되기 보다는 지극히 ‘꼰대’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몇 년 전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를 선정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BBC는 “자신은 옳고 남은 틀리다고 주장하는 나이 든 사람”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나마 팬데믹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와 한인회는 지역 주민들과 독거 어르신들에게 식품과 마스크 등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단체 백신을 접종하는 등 위급한 상황을 맞은 동포들을 위해 이민장자 교회와 한인사회 대표 단체로서 이름값을 하며 그나마 동포사회를 위로 했었다.

그 과정에서 한인회 관계자들은 코로나 시대 이후의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문추위와 더 이상의 분란을을 종식하고 두 단체가 커뮤니티 발전을 위해 정치 문화 대표단체로서의 각각의 역할에 충실해 가자고 합의문을 작성하고 신문에 공개까지 했었다. (본보 2021년 11월4일 인터넷판)

새해에는 양측의 극적인 합의로 분규단체 꼬리표를 뗀 ‘하와이 한인회’가 오는 10월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한인회장 대회에 참석해 미주한인이민 120주년 기념사업을 주관하는 ‘이민종가’ 대표 단체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던 동포들은 삼일절 경축식 각각 개최의 소식에 “언제까지…” 라며 ‘탄식’ 한다.

3.1절 경축식과 관련해 총영사관은 “코로나19 상황 호전으로 2년 만에 총영사관이 주최하는 103주년 3.1절 경축식을 개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며, 이번 3.1절 경축식이 103년 전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선열의 넋을 기리고, 하와이 동포사회가 화합하고 하나가 되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하는 한편, “동포사회 갈등이 조속한 시일내 마무리 되어 미주한인 이민종가인 하와이 동포사회의 위상이 한층 도약하길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한인회는 “기념식 장소 선정이 되며 여느 때처럼 한인회가 언론에 공지하고, 총영사관을 포함하여 단체장 및 독립유공자 후손들도 초대를 마쳤다”며 “지난 40여년간 한인 단체가 같이 자랑스럽게 함께하는 3.1절행사에 총영사관은 초청에 답은 없이 총영사관에서도 한다고 광고하여 동포사회에 혼란이 일고 있다”고 알려왔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하와이 동포의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국경일 행사를 빠뜨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24대 하와이 한인회’의 앞으로 행보를 통해 동포사회 미래를 가늠해 본다.

‘아전인수’식 역사 왜곡과 ‘꼰대’스러움을 고집하며 그들만의 리그로 이민종가 유산을 저버리고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릴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지혜로운 협상력과 정치력을 발휘해 문추위와 극적인 합의를 이루어 동포사회가 다시한번 힘을 모아 호놀룰루 중심가에 ‘코리아 타운’을 조성하고 ‘한인 부지사 탄생’을 주도하며 차세대들에게 이민종가의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자긍심을 물려주는 대표 단체로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103주년 삼일절 경축식을 기해 미주한인 이민종가 하와이 한인사회가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