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광복 73주년을 맞는 미주한인 이민종가의 민 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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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수 기자

8월15일 제 73주년 광복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일제에게 빼앗긴 내 조국을 다시 찾은 날이다. 
 열강의 힘을 빌어 주권을 회복해야만 했던 뼈아픈 과거였던 그날이 있기까지 우리네 조상들은 이름도 얼굴도 남기지 못했지만 ‘의병,’ ‘독립군’이란 이름의 민초들의 힘으로 조국을 다시 찾고자 사투를 벌였던 애국의 시간이었다.
 수많은 애국열사들 속 하와이의 뜨거운 사탕수수 밭, 그 척박한 땅에서도 이민선조들의 독립을 위한 열망 역시 타는 햇볕보다 더욱 뜨거웠다.참혹한 생활 속에서도 푼푼이 모은 사탕수수 이민자들의 피땀 어린 300만 달러는 대한민국 건국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독립군 양성을 위한 군자금도 부녀자들의 주머니에서 시작되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 할 수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우리는 현재가 있기까지 나라를 위해 몸바치고 스러져간 그들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하와이를 보고 있노라니 가슴에 새겨져 있어야 할 숭고한 선조들의 이민 115년 역사의 뿌리는 종적을 감춘 듯 하다. ‘115년의 이민역사를 가진 종가’라고 불리우는 하와이의 ‘종가’는 ‘종갓집’으로 그 모습을 갖추긴 한 것인가?
 상해, 만주, 러시아 연해주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던 곳들에서는 해당 국가의 인정을 받아 독립운동가들의 유적지들이 보존되어 후세들에게 알려지고 있는데, 해외 이민 역사의 시발지인 ‘하와이’의 그 뜨거웠던 이민선조들의 조국독립을 위한 역사의 흔적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국민회의 소유였던 ‘독립문화원’ 마저 일본계 미국인 부동산개발업자에 팔아버리고, 미주한인이민 100주년을 성공적으로 치룬 이민선배들이 물려 준 코리안 페스티벌의 명맥도 잇지 못하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후손들을보고 있는 지하의 이민선조들은 참으로 비통한 마음이리라…
 누군가는 살아보고 싶은, 살아가고 싶은 파라다이스라 불리우는 이곳 하와이의 오늘은 흡사 진흙판 위의 아귀다툼이다.
 지리하게 이어져가는 그들만의 싸움은 흡사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절, 공멸 할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못하던 두 강대국의 핵무기 경쟁을 바라보며, 당시 언론은 부딪히면 죽음뿐이라는걸 알면서도 겁쟁이(chicken)가 되지 않기 위해 마주 달려오는 차량의 핸들을 꺾지 않고 서로를 향해 질주하는 치킨게임이라 명명했던 것과 비슷해 보인다.
 2011년 취임한 21대 한인회 강기엽 전회장이 문추위를 한인회 소속으로 바꾸겠다는 倒行逆施(도행역시, 순리에 거슬러 행동한다)를 시작으로 자신들의 파와 문추위 파로 선을 긋고 黨同伐異(당동벌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의견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다른 의견의 사람을 배척한다)를 벌여 무조건 자신들의 말이 맞다고 우기는 행태가 결국 소송으로 비화됐고 얼떨결에 소송을 물려 받은 23대 한인회는 6월로 끝나는 3년 임기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자신들이 제기한 소송을 명분으로 24대 한인회장 선거를 연기하고 소송이 마무리 될 때까지 23대 한인회 임원들의 임기도 연장하겠다는 일방적인 발표를 했다.
 선거 때마다 자행된 비공개 정관 변경으로 한인회장 선거를 연기한 것에 분개한 48여개 단체들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현 23대 한인회를 규탄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전임 한인회장들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23대 한인회의 일방적인 임기연장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공명정대한 24대 한인회장 선거를 통해 하와이 한인회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하와이 한인회의 임기가 6월 말로 끝났다는 전제하에 김영태 전 호놀룰루 한인회장의 호놀룰루 한인회 해체 선언을 토대로 새로운 한인회를 구성하겠다 발표했다.
 새로운 한인회 구성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회장 후보 출마자 등록을 진행했지만, 하와이 동포사회의 통합을 위해 호놀룰루 한인회 해체를 선언했던 김영태 전회장의 단독 출마로 결국 경선도 없이 새로운 하와이주 한인회장에 김 회장이 당선됐다고 선언했다.
 하와이 한인사회의 통합이라는 대의 명분을 위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의 ‘한인회장’ 이라는 감투를 둘러싼 혈투는 누구 하나 이길 수 없는 치킨게임이 되어 버렸다. 진정 통합을 원하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권력을 향해 돌진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들의 명분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캄캄한 터널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한인회와 문추위와의 3년 넘게 이어져온 소송과 문추위 파 김영태를 한인회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꿔대는 정관을 이유로 이젠 왜 싸우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 자각하지도 못한 채 명분 없는 싸움만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스스로 정의롭다 하여 그가 가진 정의가 누구에게나 정의로울 수는 없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정의인지 언제나 되묻고 또 되물어야 하는 법이다.
 우리는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마다 의견은 다를 수 있으며, 서로의 주장을 납득시키고 싶으면 설득과 이해를 구해야 하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지도 설득시키지도 못하는 억지스러움을 ‘맞다’고 우기는 것은 고집을 넘어 아집이요 아집이 과하면 집착이 되는 것이다. 
 지금의 행태로 ‘치킨게임’을 이어간다면 종국에는 모든 이들의 무관심 속에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것이요. 결국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 하와이에서 자존감 없는 소수민족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높은 물가, 치솟은 렌트비, 낮은 교육환경, 높아져 가는 노인인구, 젊은 층의 본토 이주 등 우리가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은 우리의 삶을 괴롭게 하고 있다.
 과거 그 시절 나라를 위해 이름 없이 제 한 몸 다 바쳤던 그들의 애국심까진 아니더라도 개인의 영달이 아닌 대의를 위한다면, 동포들을 위해 동포들이 그대들에게 쥐어 준 핸들을 꺾어 함께 손을 잡는 것이 진정한 ‘용기’와 ‘도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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