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민 1세 하와이 한인사회, 한국일보와 대한항공이 함께 한다”
한국일보 하와이 창간 50돌, 대한항공 하와이 노선 취항 50주년 조중건 전 부회장 특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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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서 이기는 삶을 실천하며,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한국인이 있는 곳에 한국일보가 있다. 한국인이 있는 곳에 대한항공도 함께 한다”

한국일보 하와이가 올해 창간 50돌을 맞았다. 대한항공이 올해 미주노선 취항 50주년을 맞았다.

1970년 후반부터 시작된 <새 이민 1세들>이 이룬 하와이 한인 이민역사는 한국일보 하와이와 대한항공 하와이 취항 50년의 발자취와 함께 한다.

1972년 4월 19일 오후 5시 대한항공은 김포공항을 출발해 도쿄와 하와이를 거쳐 LA까지 운항하는 국내 첫 태평양 횡단 여객기 운항을 시작했다.

대한항공이 하와이에 첫 취항했던 그 해 8월 한국일보 하와이가 첫 한국어 신문을 발행했다.

해외교류가 드물던 시절 국적기 대한항공과 한국어 신문 한국일보는 다민족사회 하와이에서 소수민족으로 뿌리 내리기 시작한 이민 1세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국일보와 대한항공은 하와이 동포사회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함께 개최하며 동포사회 화합과 경제적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본보 주최 미스코리아 하와이 대회 및 한글 큰 잔치에 수십여년 변함없이 항공권을 후원하며 자라나는 차세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며 한국문화를 지역사회에 알리는 국적기로서의 역할을 감당해 오고 있다.

본보는 창간 50돌에 즈음해 한국 민항사의 산 증인 조중건 전 부회장과 대한항공 미주취항 50년의 역사를 통해 본 항공업계 발전 그리고 하와이 한인사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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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항사의 산 증인으로서 대한항공 하와이/미주 노선 운항 50주년의 의미는 무엇인지 부회장께서 평가하는 세계 항공업계에서의 대한항공의 위상이 궁금합니다.

저는 아직도 1972년 4월 19일이라는 날짜를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대한항공 보잉707기가 김포공항을 출발해 도쿄와 이 곳 하와이를 거쳐 LA까지 운항했던 역사적인 날이었지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태평양 상공을 나는 여객기 취항이었습니다.

그땐 해외로 나가 왕래하는 것 자체가 극히 드물었고, 대한항공 항공기의 모습만 봐도 동포들이 감격의 눈물을 쏟던 시절이었죠.

대한항공은 말 그대로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 매개체였습니다.

1972년 대한항공의 미주 첫 취항 당시 취항 도시는 LA와 하와이 두 곳 뿐이었지만, 50년이 지난 지금은 13개 도시까지 늘었습니다.

인원도 1972년 4만3,800여명에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300만명으로 69배 증가했습니다.

취항도시와 수송인원의 증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대한항공은 50년이란 시간 동안 한미간 경제 발전에 기여한 동반자라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한•미 양국의 인적•물적 교류를 잇는 디딤돌 역할을 해왔고, 이를 통해 양국의 사회•문화적 교류가 활발해지는 한편 미국 내 경제적인 부가가치 창출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부회장의 탁월한 외교력과 사교술, 국제적인 경영감각이 오늘의 대한항공 발전의 토대를 이루었다는 평가입니다.
대한항공과 함께 한 역사 속에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시절과 가장 아쉽고 후회가 되는 시절은 언제였을까요?

가장 보람을 느꼈던 시절이라고 한다면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소련의 영공을 통과하는 시베리아 항로를 만들었던 그 때가 떠오르네요.

저는 그 때 세계테니스협회 운영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었습니다. 그 명함을 들고 당시 소련 체육부 장관과 항공청장을 설득해서 그때까지 없었던 시베리아 항로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그들이 우리가 적성국이고 미수교 국가라는 이유로 거절을 했지요.

그런데 당시 우리가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헝가리 올림픽 선수단을 실어오는 계약을 따냈었습니다.

그걸 이유삼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파리나 앵커리지 같은 곳을 거쳐서 서울에 오면 선수단이 여독으로 인해 성적이 좋지 않을 것이다, 시베리아 항로가 개설되면 서울까지 4시간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라고 설득을 했지요.

결국 올림픽 기간 동안 소련의 영공을 통과할 수 있었고 그 때 개설한 시베리아 항로 운항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걸 통해 유럽 운항편의 비행 시간을 줄이고 비용을 감축하면서 대한항공이 세계적인 항공사로 발돋움할 수있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됐어요.

특별히 아쉽거나 후회되는 기억은 없습니다. 저는 제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아쉬움도 특별히 없습니다.

소임을 다하면 언젠가는 떠나야했고 그래서 조용히 떠나고 싶었습니다.

조중건 부회장과 함께하는 대한항공의 하와이 노선 취항 50년의 역사에는 하와이에서 최초 골프장 사업을 한 한인이란 타이틀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하와이에서 노후를 보내기로 한 계기와 골프장 사업에 눈을 돌린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해 집니다.
아울러 최근 골프장 매입을 하며 하와이에 투자하는 한국의 후배 경제인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젊은 시절에 대한항공에 몸담으면서 동포들이 세계 각지로 원하는 대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드는 역할을 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그렇게 각자의 희망을 품고 진출한 한국인들이 편안하게 노후를 누리면서 서로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터를 가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와이는 일년 내내 한국의 봄처럼 기후가 포근하고, 골프는 노인들도 얼마든지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지요. 젊은 시절에는 회사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친해지고 교류하면서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저의 오랜 손길이 닿은 골프장에서 평화로운 노년 생활을 누리고 하와이를 찾는 동포들을 만나면서 하와이에 골프장을 일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와이에 투자하는 후배 경제인들에게는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사업가 되기를, 지면서 이기는 삶의 지혜를 가져 볼 것을 조언하고 싶습니다.

사업의 가장 큰 보람은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후배 사업가들이 비록 나에게 단기적으로 손해가 되는 일이라도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져 준다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큰 사업가가 되길 바랍니다.

은퇴후 하와이에 거주하며 동포사회를 위해 기부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인사회가 조 부회장의 뜻을 받들지 못하고 있어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초석을 다진 국제적인 경영자로서 해외동포 특히 하와이 동포사회에 꼭 하고 싶은 조언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조 부회장님의 허심탄회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하와이와 인연을 맺은지 어언 25년여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고국을 떠나 하와이에서 함께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는 두 가지 당부를 남기고 싶습니다.

첫번째는 동포들끼리 한마음으로 화합하자는 것입니다.

모두가 낯선 환경에서 각자의 삶을 꾸리다 보니 힘든 상황에서 서로 다투기 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분열과 싸움은 우리 모두를 약하게 만들고, 단합은 동포사회 전체를 강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먼저 스스로 강해져야 밖에서도 우리를 인정해 줍니다.

우리 아이들 세대에 더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도 동포끼리 서로 조금 더 배려하고 화합하도록 합시다.

두번째는 우리 세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건강한 노년 생활을 위해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하와이 동포사회에서도 고령화가 현실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동포사회가 나서서 한인 독거 노인이나 병거 노인 현황을 파악하고, 모두가 좀 더 건강한 노년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미력하게나마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힘껏 돕도록 하겠습니다.

훗날 가족이나 지인들 특히 항공업계에서 조중건 부회장을 어떻게 기억해 주시길 바라는지 궁금합니다.

항간에는 저를 가리켜 비즈니스와 인생 모두 성공한 사람으로 평가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성공했다고 평가받기 보다는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살아가면서 어려운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한 사람 말이지요.

대한항공의 경우에도 처음 민간 항공사가 되었을 때에는 지금과 비교해 보잘것 없었지만 임직원 모두와 힘을 합쳐 도전하는 정신으로 회사를 키워 오늘의 세계적인 항공사로 성장했습니다.

비행기가 나는 항로에서도, 인생에서도 항상 순풍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만약 지금의 젊은 세대가 제 삶을 귀감으로 삼으려고 한다면 저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도전하는 모습을 가장 먼저 기억해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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