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 해밀턴 도서관 산책 (2)

김엘리 UH 해밀턴 도서관 한국학 사서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
Bi-lingual Edition Modern Korean Literature

해밀턴 도서관에서 한국학 전반에 대한 일을 담당하다 보면 한국어와 한국학을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을 만나 도와줄 기회가 생깁니다.

이 학생들 중 많은 수가 한국 이민 가정에서 자란 한국계 학생들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핏줄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본인들의 뿌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대학에서도 한국에 대해 공부하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이 학생들은 한국의 정서와 관습을 아직 깊이 간직하고 있는 부모님 세대들에게서 배우고 물려받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는 한국어를 구사하면서도 이곳 미국 땅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로서는 당연히 가지게 되는, 완전하지 못한 한국어 실력과 한국 정서의 이해 부족으로 자신들의 부모님들과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이 달에는 이런 한국 이민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만한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도서출판 아시아에서 2015년에 110권으로 완간된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는 한국의 사회를 잘 반영할 수 있는 대표 단편 소설들을 엄선하였고, 번역에도 공을 들인 시리즈입니다.

예전 교과서에서 읽었던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김동인의 감자 같은 고전들부터 좀 더 현대 작가들의 소설까지 다양한 소설을 골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상 작가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이 시리즈에 포함된 이상 작가의 날개를 개인적으로 구매하기도 했답니다.

단편 소설들이기에 각 권은 얇은 소책자 정도의 크기이고요, 따라서 어떤 세대라도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책을 펼쳐 보시면 왼편의 페이지에는 한국어 원문이 실려있고, 오른편 페이지에는 영어 번역문이 실려있습니다.

한국어의 이해가 완전하지 않은 독자라도 한국어 원문을 읽다가 막히면 바로 옆의 영어 번역을 읽어볼 수 있는 편리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한국어 원문을 영어로 어떻게 번역했나 비교해보는 재미를 느끼실 수도 있겠지요.

이 시리즈는 아마존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어서 독자 여러분들도 쉽게 구매해서 보실 수 있으십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지금 이 시리즈 중 이경 작가의 먼지별을 읽고 있는데 주인공이 모친과의 애증을 나타내는 대목을 옮겨보며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며칠 전에도 노파는 가느스름히 눈을 뜨고 내 눈치를 살폈다.
그렇다고 거리로 나가는 날 잡지도 않았다.
거리가 노파를 먹여 살린다는 걸 안다.
노파는 앙상한 몸피를 방구석에 구긴 채 눈 가장자리에 눈물을 질금거렸다.
허구한 날 눈자위가 눅진눅진 젖어 있는 노파는 늙으니 오줌 지리듯이 괜한 눈물이 지려진다고 묻지도 않은 말을 옹잘거렸다.”

“The old woman was studying my face, her eyes slightly opened.
Nevertheless, she didn’t stop me from leaving.
The woman knew that the streets helped bring in food.
Her body was crumpled up in the corner of the room, tears oozing out from and sticky with tears.
Nobody asked her, but she grumbled and said things like, as you get older, tears leak out for reason just like ur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