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전 대통령 해안가 저택 부지 논란

해안선 보호법 교묘히 우회... 기후변화 속 하와이 환경 파괴로 주목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이 태어난 오아후의 와이마날로 해변가에 대저택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지 언론은 이례적으로 편법을 이용하여 해안선 보호법을 우회한다는 지적에 대한 심층보도를 게재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보도에 의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코올라우(Koolau) 산과 바다 사이에 자리 잡은 3에이커 해변가 부지는 침실 5개의 저택(manse), 수위실, 보트 창고 및 테니스 코트를 갖출 예정이다.

부지 앞 바닷가에는 역대 추장들이 거북이에게 먹이를 주던 바다 연못(Pahonu Pond)이 자리하고 있다.

저택 건설 부지와 바다가 맞닿은 곳에는 콘크리트 방조제가 설치되어 있다.

무려 100년 동안 바다로부터 안뜰을 보호해 왔지만, 이제는 하와이의 자연 해안선을 보존하기 위해 고안된 현대 법률과 상충되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과학자들과 환경 전문가들은 방조제가 해변 모래 손실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바다의 자연적인 흐름을 방해하여 해변이 내륙으로 이동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

와이마날로의 방조제가 존폐의 기로에 놓였지만, 부지 부동산 관계자는 지역권(easement)이라는 제도를 통해 방조제 존속을 약속 받았다.

지역권이란 자기 땅의 편의를 위해 남의 땅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지역권 획득에 든 비용은 6만1,400달러에 달하며, 국토자원부(Department of Land and Natural Resources)의 승인 하에 앞으로 55년 간 방조제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친우이자, 사모펀드 투자회사인 비스트리아 그룹의 창업자 마티 네스빗(Marty Nesbitt) 회장이 매입했다.

지역 주민들과 공무원들은 이 곳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거주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역권 획득으로 건축 허가는 물론 추가 개발 사업도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네스빗 회장은 계속해서 개발 면허 취득에 힘써 왔으며, 현재는 방조제 확장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확장된 방조제 안뜰에는 단독주택 3채, 수영장 2곳 및 경비 초소 등 대규모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

현재 방조제 앞의 해변은 세월을 거치며 거의 사라져 만조 때는 완전히 물에 잠긴다.

지역 주민들은 방조제 확장에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아울러, 기후 변화와 싸우고 환경 지속 가능성을 증진하는 일을 재임 기간 중 기치로 삼아온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현재 특별한 입장 발표는 없는 상태이며, 네스빗 회장 측도 토지를 구입한 사실만을 언급하고 있다.

네스빗 회장 측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한 해변 손실은 이미 수십년 전에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하며, 더 이상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와이 해변은 엄연한 공공의 재산이고, 정부는 이를 보존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현재까지는 해안선 관리보다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우선하는 행정이 계속되어 오고 있다.

스타어드버타이저(Star-Advertiser)와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 20년 동안 당국은 120명 이상의 부동산 소유주에게 방조제 지역권을 부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해안가 부동산 소유주들은 방조제를 유지하기 위해, 수 십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해안선 보호법을 우회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안가 부동산 소유주 중에는 하와이 주와 미국 본토 및 일본의 부동산 업체 중역이나, 전 호놀룰루 시의회 의장, 대형 민간 투자자금(hedge fund)의 이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지역권 발급으로 오아후의 라니카이와 마우이의 서쪽 해변과 같이 하와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해안선에 많은 개발사업이 추진되어 왔다.

주택과 콘도 등 고급 부동산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바다에 인접한 건축물을 지키기 위해 쌓은 방조제는 오랜 세월에 걸쳐 해변의 해변을 앗아갔다.

콘크리트 벽에 막혀 갈 곳을 잃은 모래사장은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바다로 쓸려갈 뿐이다.

연구자들은 오아후, 마우이, 카우아이 해변의 약 1/4이 지난 한 세기 동안 방조제로 인해 이미 손실되었거나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추정한다.

모래톱이 줄며 바다표범(Monk Seal) 휴식지와 바다거북 서식지가 감소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까지 추가되어 해변 손실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한편 국토자원부는 지역권을 옹호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주 내 대부분의 방조제는 이미 해변이 유실된 해안선에 위치하며, 방조제를 걷어낸다고 해도 해변의 폭이 비약적으로 늘거나 대중의 접근이 더욱 용이해지는 등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또한, 해수면 상승에 대해서는, 해안선이 물에 잠기게 될 때까지 가능한 한 오래 안뜰의 건축물을 지키는 역할을 하도록 남겨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길일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국토자원부는 그러나, 기후 변화에 대한 해수면 상승의 위기를 인지한다고 밝히며 변화를 시사했다.

실제로 지난해 지역권 유지 기간을 55년에서 25년으로 줄인 바 있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와이 주립대 해안 지질 학자이자 해변 손실 전문가 칩 플레처(Chip Fletcher) 박사는 지역권 및 기타 환경 규제 면제 제도가 무책임한 개발을 영속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정부의 연구자료에 의하면, 2060년까지 해수면이 3.2피트 상승하면서 호텔, 기업, 주택을 포함한 6,500개 이상의 해안선 구조물이 손실되거나 손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레처 박사는 와이마날로의 대지는 거주지로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