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한일간 무역전쟁으로 돌아 본 ‘반도체가 뭣이 길래’

조기조 경남대 명예 교수

인간은 5감에 하나를 더하여 6감(sixth sense)을 가지고 있다. 
 듣고, 보고, 맛보고,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 알게 되는데다 그간의 경험으로 상황에 따라 알게 되는 지각인 6감이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기기는 입력장치라는 것을 두고 있다. 
 글자판으로 입력하고 바코드나 QR코드를 스캔하며 사진을 찍고, 이어폰으로 듣는다. 
 이렇게 받아들인 정보는 두뇌인 메모리에 저장하고 기억하며 판단하여 실행하게 된다. 
 판단하여 실행하게 하는 장치가 컴퓨터의 CPU (중앙처리장치)이고 스마트폰의 모바일 AP(응용 프로세서)와 같은 것이다.
 출력은 스피커와 화면으로, 또 프린터로 인쇄하기도 한다.
 인간이 뇌에다 기억하듯이 기기도 저장을 한다. 이것이 바로 메모리(반도체)이다. 메모리가 없는 전자기기는 죽은 것이다. 
 제한된 면적에 많은 저장 공간을 만들기 위해 건물이 하늘로 치솟는다.  
 이것이 메모리의 3D 적층(積層)이다. 오래 전에 썼던 진공관과 라디오에서 주로 쓰이는 트랜지스터는 증폭과 정류를 하는 반도체이다. 
 이제는 아주 작은 기판에 많은 회로를 담은 집적회로(IC; integrated circuit)가 반도체의 주류이며 메모리로 쓰이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은 휴대하기 쉽도록 메모리의 부피는 작아지면서도 그 용량이 커야 하기 때문에 집적도가 높아진다. 
 이제는 나노 크기로 회로의 간격이 줄어들었고 높게 포개어 쌓는 적층이 100층을 넘어섰다.
 부도체의 대표적인 물질이 고무나 유리 등인데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유리의 원료인 모래(규소)에 불순물을 섞어 반도체를 만든다. 

이를 녹여서 원통의 모양으로 만든 것이 잉곳(ingot)이다. 잉곳을 잘게 썰어 만든 둥근 기판이 웨이퍼(wafer)인데 여기에 특수 물질을 입히고 정밀한 회로설계도를 얹어 사진 찍듯 주사하여 인화하고 깎아낸 뒤 잘라 다듬으면 메모리 반도체가 된다.
 물론 세부 공정은 수백 가지나 된단다. 
 고층 아파트는 고속 엘리베이터가 여러 대 있어야 할 것이고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고 화재 등 안전에도 각별한 장치를 해야 하듯이 초집적, 고적층 반도체도 간섭문제나 저열, 저전력 등의 기술이 필요하다. 
 일본이 팔지 않겠다는 재료 3가지는 간섭이 적은 파장을 내는 레이저 발광장치 같은 극자외선(EUV) 발광기에 반응하는 고분자물질의 감광제(포토 리지스트; PR), 감광후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데 쓰는 식각용 가스인 고순도 불산(HF), 그리고 휘어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만드는데 쓰는 기판의 재료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등 3가지다. 
 당장 만들 수도 없고 다른 데서 구입하기도 어려운 것이라 급소에 찔렸다. 
 뒤따라오던 한국이 앞질러 갈까 봐 발목을 걸어 넘기는 일로 비겁하다고 원망하기 보다는 대비하지 못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치욕의 임진왜란도 내분과 방심의 결과다. 그 후 400년 만에 대원군의 쇄국정책과 권력다툼으로 국력이 피폐해졌고, 폭정에 못이긴 백성들이 개혁을 부르짖으며 동학농민운동을 일으켰다. 
 그러자 무능한 정권이 청군을 끌어들여 진압을 시킨다. 

이에 왜군이 밀고 들어와 청일 전쟁을 일으키고 이 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조선을 먹고 대동아 전쟁까지 벌였다. 
 오늘의 한국 정치판을 돌아보자. 토론 없이 편가르기만 하는 조선시대의 당파싸움 그대로이고 외교는 몇 수나 앞을 내다 보는지 모르겠다.
 기술개발과 투자를 막는 규제가 소재산업의 발목을 잡은 셈이고 대기업의 귀족 노조들은 배가 고픈지 아픈지, 해도 너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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