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특집 ‘그 공간의 목소리’

1. 와이파후 플랜테이션 빌리지 한국관

한국일보 하와이는 창간 50돌을 맞아 하와이 한인 이민 120년 역사의 발자취가 담긴 건축물, 공간 탐방을 시작한다. 윈스턴 처칠은 “사람이 건물을 건축하고 나중에는 건물이 사람을 만든다”고 말했다. 세계적 관광지 하와이에 한인 이민선조들의 발자취가 담긴 건축 및 공간을 돌아보며 그곳에 담긴 선조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고 토니 리 전 관장
민 플라스틱 창업주 프랭크 민 부부
밝은사회 하와이클럽 기념비

와이파후에 위치한 하와이 플랜테이션 빌리지는 1800년대에서 1900년대 하와이 사탕수수 노동자로 이주해 온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오끼나완, 포르투칼,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등 하와이 다민족 이민자들의 생활상을 재연한 민속박물관으로 1992년 개관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이곳에서는 매년 한국관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등 음력 설 세시풍속을 알리는 다민족 문화축제가 열렸다. 평일에는 관광객이나 주민들 특히 학생들의 야외학습장으로 방문객들이 이어지는 곳이다.

3월25일 이곳 한국관에는 한국의 대학생들과 하와이 고교생들을 비롯한 한인문화회관 이사진들이 대거 방문해 봄맞이 대청소 작업을 펼치며 관람 차 이곳을 방문한 로컬 방문객들에게 한국의 사진신부 역사와 최근 헐리웃에서 불고 있는 미주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 속 이민역사의 시작점이 바로 이곳이었음을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하와이 한인문화회관(HKCC, 위원장 아만다 장)은 이날 미화작업을 시작으로 토니 리 관장(사진 왼쪽)의 유업을 이어 한국관 관리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아만다 장 위원장은 “하와이 한인문화회관이 앞으로 한국관 관리를 주관하며 30여년 하와이 플랜테이션 빌리지 한국관 관장으로 후손들에게 사탕수수농장 이민선조들의 생활상을 알리며 한국 문화를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는 민간외교관으로 역할을 해 오신 고 토니 관장의 유지를 후손들에게 이어 갈 것”이라고 밝히고 “한인문화회관은 이 외에도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하와이 한인사회 문화적 역량을 높이는 일에도 적극 앞장 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한국관에는 지난 1월 유명을 달리한 토니 리 관장의 열정 외에도 초창기 개관 당시 이곳 내부를 이민선조들의 유품으로 꾸미는데 앞장 선 한인 2세 고 프랭크 민씨 부부의 손길도 숨겨져 있다.

프랑크 민씨의 부친 민의경씨는 1904년에 마우이에 도착한 초기이민자 민씨 역시 한때 사탕수수밭의 보조노동자로 일하다 군에 입대, 펄하버, 과달캐널, 북솔로몬, 필리핀 전투에 참가해 혁혁한 전공을 세웠고 이에 대한 포상으로 군당국으로부터 이른바 ‘GI장학금’을 받아 뉴욕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하와이 최초의 플래스틱가공업체 ‘민 플라스틱’을 설립한 그는 아내 일레인과 비즈니스를 키우며 와이파후 플랜테이션 빌리지의 한국관을 관리하는 등 후대에 뿌리의식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2003년 이곳에서는 이민1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한국축제가 열리며 지역사회에 하와이 한인사회가 이민 100주년을 맞아 연중 다양한 행사를 개최함을 알렸다.

당시 기념식에서 밝은사회 하와이클럽이 이민선조들의 업적을 후손들에게 대대로 알리기 위해 기념비를 제작해 이곳에 설치했다.

이 기념비에 새겨진 내용은 이날 가천대 학생들이 함께 한 청소 작업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공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