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칼리히 지역
대형 한국식품점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 칼리히 (Kalihi)이다. 하와이 말로 “끄트머리” 또는 “경계선”이라는 뜻이다. 이 지역은 케에히 (Keehi “밟는다”라는 뜻) 포구로부터 코올라우 (Koolau: “바람이 부는 쪽” 이라는 뜻) 산맥까지 이어진다. 이 지역은 전형적인 하와이의 분할된 땅모양을 말하는 아후푸아아 (Ahupuaa)제도로 분할된 지역이다. 아후푸아아 제도는 하와이 왕국의 토지분할·관리 제도로 바다에서 산까지 가르는 제도이다. 원주민들의 “바다에서 산까지 수확할 수 있는 권리 Gathering Rights from the Sea to the Mountain”를 보장하는 제도였다. 산의 풍부한 과일 등의 식물과 바다의 물고기, 톳 등의 해산물을 채취한 경제문화체제를 뒷받침한 것이다. 아후푸아아라는 말 자체는 “돼지 제사상”이라는 뜻인데, 각 아후푸아아 바다 경계선에 돼지머리를 새겨 놓은 돌 제사상을 놓은 것에서 연루되었다고 한다.칼리히 지역은 역사적으로 가난한 동네다. 새로 이민 와서 어려움을 겪는 가난한 사람들이 우선 모여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의 달동네라고나 할까. 그래서 칼리히 출신으로 출세한 사람들은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성공한 자신들을 늘 자랑스럽게 여긴다. 선거철이 되면 칼리히 출신임을 강조하는 후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현 호놀룰루 시장 무피 헤네만 (Mufi Hanneman), 전 하와이 주지사 벤 카예타노 (Ben Cayetano), 현 한국계 하와이 주상원 부의장 다나 멀카도 김 (Donna Mercado Kim)을 비롯하여 칼리히 출신 정치인들이 많다. 김 부의장은 한인 3세로 어머니는 필립핀인이다.칼리히 지역에 있는 패링턴고등학교와 패링턴 하이웨이는 왈레스 패링턴 (Wallace Farrington) 하와이 전 주지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패링턴 주지사는 1921년부터 29년까지 하와이 영토의 지사를 지냈고, 1929년부터 1933년까지 스타 블르턴 (Honolulu Star-Bulletin) 신문의 발행인이기도 하였다. 현 칼리히 초등학교(사진위)는 1918년 이승만 박사가 세운 한인기독학원이 있던 부지였는데, 한인기독학원은 1947년에 폐교되었다. 부지 매각 기금이 인하공과대학으로 보내졌고, 인하라는 이름은 인천의 ‘인’과 하와이의 ‘하’를 합성하여 이승만 대통령이 이름하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인하대학에 보내진 기금으로 ‘하와이교포기념관’을 설립하려던 계획이 바뀌어 1973년에 하와이교포기념관인 실내체육관이 세워졌다. 이승만 대통령은 하와이교포기념관을 설립하여 그 곳에 한인기독학원 발기 주동자들과 또 후원회원들의 명록과 기타 역사적 관계를 기록하고 그때의 사진과 유물을 보유하며 모든 동지들의 역사를 기록하고자 계획하였었다.
실내체육관은 그 계획과는 다른 건물이 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2008년 5월에 인천광역시가 이민사박물관을 개관하여 미주 한인 이민사와 다른 모든 지역의 한인 이민사를 기념 전시하게 되었다. 칼리히 지역에 있는 팔라마 수퍼마켓의 팔라마 (Palama)는 ‘라마 나무로 둘러싸인 곳’이라는 뜻으로, 신성한 곳을 의미한다. 퀸스수퍼마켓은 어느 여왕이나 왕비를 생각하고 지은 이름인지는 모르겠다.
다운타운에 있는 퀸 스트리트 (Queen Street)는 1850년에 카메하메하 3세의 부인 칼라마 왕비 (Queen Kalama)를 이름한 것이다. 퀸스 병원 (Queen’s Hospital)은 1850년 후반에 카메하메하 4세와 엠마 왕비의 노력으로 설립되었는데, 1860년에 병원 건물이 지어지면서 엠마 왕비를 기념하여 지어진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