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황 ‘나훈아’의 추석 공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어게인’이란 주제로 열린 그의 공연은 코로나 19으로 지쳐있는 대한민국 민초들의 심신을 달래고 또 새로운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에너지와 긍지를 불어넣어 주는 신성한 의식과 같았다.
너무나도 현란한 첨단기술의 무대예술이 ‘가황 나훈아’ 만이 뿜어낼 수 있는 ‘날 것의 마력’을 희석시키는 거북함이 좀 있었지만 K-POP 한류의 ‘원조 어르신’을 보는 듯했고 새삼 1994년 하와이에서 열렸던 그의 공연을 기억하게 했다.
그 날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철없던 시절 기자가 ‘대한민국 최고의 트롯가수’로만 알고 있었던 ‘나훈아’를 인터뷰하며 막연하게 느꼈던 ‘예사롭지 않음’의 실체를 확인하는 듯 하다.
오늘의 가황 나훈아로 우뚝서기까지 그의 자녀들이 유년시절을 보낸 이곳 하와이가 그의 영혼에 작은 울림을 준 곳일 것이라고 기자는 감히 생각해 본다.
1994년 가수 나훈아가 출연료 없이 하와이 힐튼하와이언빌리지 호텔에서 공연을 하게 된 배경에는 대외적으로는 광복 50주년에 즈음한 하와이 한인회관 건립에 힘을 보태기 위한 자선 공연이었지만 내막적으로는 다민족사회 하와이에서 성장해야 하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은 부성애가 큰 동기로 작용했었다.
1994년 당시 하와이 한인사회 위상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미미했다.
2003년 미주한인 이민100주년기념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하와이 한인이민90주년기념사업위원회(위원장 김창원)가 발족된 지 얼마 안된 시절로 김창원 회장을 비롯한 사탕수수농장 이민후손들이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민100주년기념사업의 역사적 가치를 대내외적으로 적극 알리려고 시동을 걸던 시절이었다.
16만1,314달러가 소요된 당시 ‘한국의 최고 가수 나훈아’의 공연은 최고의 무대예술을 선보이며 하와이 로컬사회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공연 무대를 장식한 대형 태극기에 동포들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열광했다.
비록 공연은 적자였지만 가수 나훈아는 공연 전 약속대로 외화송금이 극히 어려웠던 그 시절, 자신의 계좌를 통해 한인회관건립 기금으로 5만달러를, 쿠아키니 병원에 3천달러, 케이키 심장재단에 3천달러를 각각 기부했다.
당시 존 와이헤에 주지사실을 방문하는 등 한인사회 위상을 높이기 위한 그의 로컬언론과의 언론 플레이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가수 나훈아가 한인회에 기부한 5만달러는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1994년 공연 이후 가수 나훈아는 한인사회에 전혀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그 공연을 주선했던 본보 역시 그 부채감으로 오늘까지 당시 신문을 보관하며 한인사회 정론지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한반도의 유구한 역사는 ‘국민’으로 불리는 민초들의 묻지마 헌신과 희생이 버팀목이 되어 이어지고 있다.
가수 나훈아는 2000년대 초반 지금은 고인이 된 김창원 회장이 이민100주년기념사업 성공을 위한 기금 모금 공연을 요청했었지만 정중하게 고사하고 개인적으로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느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이 지켰다”고 포효하며 우리 앞에 나타난 ‘가황 나훈아’의 2020 ‘대한민국 어게인’ 공연이 코로나 19으로 지쳐있는 하와이 동포들에게도 위로와 새로운 마음 가짐을 촉구하는 듯 하다.
하와이 한인사회는 가수 나훈아의 5만달러에 더해 하와이 민초들이 모금한 3만여달러 총 8만여 달러 한인회관건립기금을 공금유용으로, 한국정부가 지원한 100만달러의 문화회관건립 지원금을 내부 총질 분란을 자초하며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하와이 한인사회는 모금 운동에 동참했던 민초들의 무관심으로 여전히 많은 공금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2003년 이후 활발한 모금운동을 전개하며 한국인 미국방문 무비자시대를 여는데 앞장섰던 ‘하와이 한인무비자추진위원회(위원장 강기엽)’가 보유하고 있는 2만여 달러 기금이 아직도 구좌에 건재하고 있는지…
하와이 한인회(회장 박봉룡)가 관리하고 있는 문화회관건립기금 10만여달러와 매년 제작하는 한인록 제작 수익금 및 각종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하와이 한인문화회관(HKCC 위원장 아만다 장)의 문화회관 건물 및 각종 기부금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가황의 추석 공연을 지켜 본 하와이 동포들은 1994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하와이 공연에 대한 가치를 뒤늦게라도 알게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훈아와 한국정부의 하와이 한인사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미주한인이민 200주년을 주도해 가야 하는 이민종가의 자존감 회복을 위한 ‘하와이 한인사회 어게인’을 외쳐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