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융합의 시대 미래 먹거리

조기조 경남대 명예 교수

융합(融合)이라는 말과 수렴(收斂)이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영어로는 컨버전스(convergence)로 통하지만 물질이나 정신 등이 합하여 새로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흡수하거나 용융하거나 재생하거나 하는 일이 일어난다.

적절한 예의 하나가 스마트 폰이다. 반도체 칩이나 적층 세라믹커패시터(MLCC), 배터리 등의 크기가 작아지자 많은 하드웨어(디바이스)와 앱을 담아 하나만 달랑 들고 다니게 되었다.

쉽게 아는 예로 전화기, 녹음기, 사진기와 컴퓨터는 말 할 것도 없고 플래시, 고도계, 온도계, 노래방 기기 등 이루 말 할 수 없는 많은 기기를 폰에 담았다.

또, 소위 웨어러블 기기라는 것들을 스마트 폰이 카버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 폰에 담긴 인공지능은 알라딘의 요술램프이고 인공지능 주식투자로 화수분(貨水盆)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융합의 산물인 스마트폰으로 먹고 사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의 모습이다.

‘희소자원의 최적배분’, ‘지속 가능한 개발’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까를 생각해 본다.

개발 대신에 발전이라는 말을 써도 된다. 놀라운 기술의 발전을 보면서 이러한 발전의 끝이 어디일까를 생각해 본다.

사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던 말에 시큰둥했었지만 끝 모를 발전이 불편함을 해소하고 보다 더 편리하고자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 의심하지 않는다.

정보기술의 핵, 반도체(메모리 또는 컴퓨터)의 성능이 2년마다 두 배로 늘어나고 가격은 절반으로 줄어드는 발전을 한다는 것이 오래도록 맞아왔다.

소위 ‘무어의 법칙’이다. 황(창규)의 법칙도 비슷했다.

이제까지는 그랬다.

꼭 2년이나 두 배, 절반은 아닐지라도 그런 발전은 가능할 것이고 그래야 한다.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양자 컴퓨터가 ‘성능이 두 배로 늘 것’이라는 맥을 이을 것이다.

이제 5G 스마트 폰이 궤도에 진입했는가 싶은데 우리나라가 6G 통신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특허를 준비하고 가용주파수를 제안했다고 들었다.

이동통신기술의 한 세대가 10년 정도를 간다면 5G 기술이 상용화되었으니 6G 개발에 착수하는 것도 빠르지는 않다.

6G는 5G보다 50배 빠를 것으로 준비하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최대 속도는 초당 1테라비트(1,000 기가비트)다.

이용자와 인터넷 서버가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걸리는 무선 지연시간은 5G보다 10분의 1로 줄어든다. 우리나라는 가용 주파수 대역으로 밀리미터파인 275~450㎓를 제안하였다.

5G 이동통신은 초광대역 서비스, 고신뢰·초저지연 통신, 대량연결이라는 3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6G 이동통신은 초성능, 초대역, 초정밀, 초공간, 초지능, 초신뢰를 구비해야 한다.

모두 초(超)로 강조하는 것은 이제까지 보지 못한 상상을 넘는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초성능’은 1테라비트(Tbps)급 전송속도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초대역’은 1Tbps 전송속도를 실현할 100㎓ 이상의 고대역 주파수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고주파대역에서는 고출력(기지국 17dBm, 단말10dBm), 저잡음(잡음지수 10dB) 전력증폭기 등 기지국·단말기용 무선 주파수 기술(부품)이 필요하다.

‘초정밀’이란 인체의 반응속도 수준으로 지연속도를 단축하는 것으로 유·무선 지연시간을 각각 5msec, 0.1msec로 단축하고자 한다. ‘초공간’이란 지상 10km까지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엄청나게 많은 지상과 공중의 기지국이 필요하다. 공중에선 무인 비행체가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

‘초지능’을 위해서는 네트워크의 전 구간에 AI 기술을 적용해 자동화 및 지능형 시스템을 갖추고, ‘초신뢰’를 이루기 위해서는 6G 설계 단계부터 보안기술을 내재화하여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제안하는 신기술(R4C; Request for Comment)은 미답의 땅에 사실상의 표준(de facto)이 되기 때문에 개발에 ‘너 죽고 나 살기’가 될 것이다.

그것이 미래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저술가, 번역가, 칼럼니스트
kjcho@u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