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파랑새

파랑새를 잡으면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내용의 동화를 기억하십니까?

만약 행복을 가져다 주는 파랑새가 있었다면 그 파랑새를 절실히 잡고 싶었던 사람은 아마 심리학자였을 것입니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의 마음을 매일 탐험하는 심리학자의 최종 목적지이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를 찾아오는 사람은 예외 없이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담이 시작되면서 심리학자와 상담자는 함께 상처가 시작이 되었던 과거로 시간여행을 가게 되지요.

기억의 바다를 건너 도달한 그곳에는 언제나 폭력과 상실이 있습니다.

필자는 한국을 사랑합니다.

한국 문화에서 자랐으니까요.

김치찌개를 먹어야 하고 삼겹살에 소주를 마셔야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문화가 부끄럽기도 합니다.

필자를 찾아오시는 한국의 문화에서 사셨던 분들과 기억의 바다를 건너 가보면 그곳에는 언제나 잔인한 폭력의 상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나이가 지긋하신 분은 국민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에게 매 맞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어떤 할머니께서는 젊은 시절 남편이 때렸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어떤 중년의 신사분은 중학교 종례시간이 매일 지속되는 공포의 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그 폭력과 상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어떤 아가씨는 인터넷 폭력을 당해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하며 어떤 내담자는 찢어지는 듯한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신을 꿈속에서 괴롭힌다고 합니다.

언어 폭력이 신체적 폭력보다 약한 강도를 가지고 생각 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언어 폭력은 상황에 따라 신체적 폭력이나 성적 폭력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즉, 폭력으로 인한 상처의 정도는 화자(말을 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해석되어서는 안됩니다.

청자(듣는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신체에 난 외상은 시간이 가면서 아물지만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 가면서 점점 다른 형태로 악화됩니다.

여러 가지 형태로 현실에 나타나게 되지요.

화병이 생기기도 하고 공포증이나 강박증이 되기도 하며 정신분열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나타나기도 하지요.

파랑새는 어디에 있을까요?

정말 파랑새는 공상 속에나 존재하는 잡을 수 없는 존재일까요?

행복을 잡기 위해 많은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수의 심리학자들이 통계에 근거를 둔 과학적 연구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표를 하지요.

“사람들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때는 바라는 것을 성취한 순간이 아닙니다.

행복지수는 그 사람이 노동을 할 때 가장 높았습니다.

단, 그 노동을 하는 사람이 보람을 느끼고 있을 때 입니다.

덧붙일만한 사실은 지적 노동을 할 때보다 신체적인 노동을 할 때 사람들은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파랑새는 있었습니다. 어디에요? 당신이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그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파랑새는 상처가 있었던 과거에 있지 않았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미래에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그 마음만이 폭력과 상실로 얼룩진 당신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파랑새였던 것입니다.

808 913 8840 Clinical Psychologist, LC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