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이코패스 탈주범’ 캘리포니아에서 검거

15일 수요일 오전 체포된 랜달 사이토 (사진제공 / 산 호아퀸 주 경찰청)

지난 12일 일요일 카네오헤 주립 정신병원을 탈출한 뒤 마우이를 거쳐 캘리포니아로 도주했던 랜달 사이토(Randall Saito)가 현지시간 15일 오전 10시30분(하와이 시간 오전 8시30분) 캘리포니아 산 호아퀸(San Joaquin)에서 전격 체포되었다. 이번 체포는 더그 친 하와이 주 법무장관이 그에게 중범죄자 탈주혐의를 적용해 5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법원 체포영장을 발부한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사이토의 탈주극은 그의 체포로 며칠만에 끝났지만 이번 사건이 몰고 올 후폭풍과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사이코패스 살인범이 유유히 정신병원을 탈주한 뒤 택시와 항공편으로 하와이를 빠져나갔다는 것은 공공안전과 치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이토가 병원을 탈출한 뒤 마우이로 이동해 캘리포니아행 비행기를 탈때까지도 병원과 주 보건국을 비롯한 관계당국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정황상 사이토는 치밀한 사전계획으로 탈주극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외부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실제로 그는 12일 오전 9시 카네오헤 정신병원에서 유유히 빠져 나와 1마일을 걸어 인근 카네오헤 커뮤니티 공원(Kaneohe Community Park)으로 향했으며 그 곳에서 택시를 타고 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 기다리던 6인승 소형 전세비행기를 이용해 마우이로 간 뒤 캘리포니아행 하와이언 항공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병원에서 나올 당시 맨몸이었던 사이토가 택시 내부의 카메라에 잡힌 영상에서는 배낭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휴대폰과 갈아입을 옷 등 다수의 소지품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택시비와 2천 달러가 넘는 비행기 값을 현금으로 지불한 사이토는 캘리포니아행 비행기 티켓도 온라인을 통해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 관계자들은 주요 공항들과 달리 소형 전세비행기는 세관이나 검색대를 통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이토가 쉽게 마우이로 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비행기 예약과 탑승에는 신분증과 크레딧 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외부조력자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4일 사이토가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San Jose) 공항에 내린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US 마샬과 FBI의 협조아래 전국수배령을 내린 바 있다. 

한편 랜달 사이토는 1990년 주립 정신병원에서 일하던 여성과 결혼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979년 알라모아나 센터에서 당시 29세의 여성 산드라 야마시로(Sandra Yamashiro)를 살해한 후 정신이상으로 교도소행을 피할 수 있었던 그는 환자들을 돌보던 직원과 결혼한 뒤 10년간 이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사이토는 지금까지 최소한 3명의 직원들과 연인관계를 맺어 시설에 물건들을 몰래 들여올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주 보건국과 관계당국은 사건발생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회견장에서 기자들은 사이토가 탈출한 뒤 10시간이 넘어서야 당국이 그의 실종사실을 알아차리고 경보를 발효한 점과 그의 탈주극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타임라인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내부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관계당국의 이러한 자세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주 의회 의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주 의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공공안전이 최우선으로 확보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이코패스 살인범 환자가 병원을 탈출해 캘리포니아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관계당국이 이런 사실을 파악 조차하지 못하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문제점들을 시정하고 책임소재 역시 확실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성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