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놀룰루 미술관 산책(1) 인간에 대한 관심, 서양 미술 이해의 첫 걸음

호놀룰루미술관에는 갤러리 사이로 크고 작은 안뜰이 있다. 축복받은 하와이의 자연 환경을 미술관 내부로 끌어온 셈이다. 파란 하늘과 탁 트인 공간이 어우러진 곳은 관람 도중 여유로운 휴식을 선사한다. 특히 정문으로 첫 발을 디디고 만나게 되는 중앙 안뜰(Central Courtyard), 서쪽의 중국식 안뜰(Chinese Courtyard), 동쪽의 지중해식 안뜰(Mediterranean Courtyard) 등은 미술관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태평양 한 가운데 위치한 하와이를 기준으로 서쪽의 아시아 대륙, 동쪽의 미주-유럽 대륙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랑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갤러리 역시 정문을 기준으로 서쪽은 아시아 미술을, 동쪽은 유럽 및 미주 미술을 다룬다. 미술관 정문에서 중앙 안뜰을 바라보고 오른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파랗게 칠한 벽이 인상적인 전시실을 만난다. 서양 미술을 다루는 첫 번째 전시실이다. 고대 이집트 부조부터 20세기 현대 회화까지, 다양한 회화와 조각이 함께 전시되어 있는 이 곳은 ‘인체(The Body)’를 다룬 미술품이 한 데 모여있다. 이처럼 한 분야의 시작을 알리는 공간이 하나의 주제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 만하다. 오랜 시간 동안 변치않는 핵심가치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은 서구 문명의 중요한 축이었다. 일찌감치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주장이 설파될 만큼 인간의 인식과 판단을 탐구했던 그리스 인들은 시각적인 인체 표현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신들의 모습까지 인간과 닮은 모습으로 묘사했던 그리스에서 조각가 폴리클레이토스(Polykleitos)는 ‘규범[canon]’이라 부르는 이상적인 인체비례론을 완성했고, 그 성과는 로마인들에게까지 이어져 아름다운 신체를 묘사한 수많은 대리석 조각을 남기게 되었다. 중세시대를 거쳐 르네상스 시대에 다시 주목 받았던 인간 중심 사상은 개개인의 권리와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흐름으로 성장했고, 인체의 표현은 개인의 성격과 심리를 묘사하고 당대의 사회 문화적인 가치관을 반영하는 주요 소재로 널리 사랑받았다.  그리스 미술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기원전 2,500년 경의 키클라데스 여성 조각상, 후세의 삶을 동경한 이집트의 파라오 부조, 하얀 대리석에 새겨진 로마인들의 인체상은 물론 20세기를 대표하는 조각가 로댕(Auguste Rodin, 1840-1917)의 <청동 시대(Bronze Age)> 조각까지 전시실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은 수 천년에 이르는 육체 탐험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는 결국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인간 본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결과이자, 인간이 마주한 근원적인 표현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의 증거이다. 인간의 역사와 미술의 역사를 하나로 꿰 뚫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눈 앞에 펼쳐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술관에서 만나는 미술작품은 때로는 이처럼 개별 작품의 의미를 한 데 모아 하나의 주제를 형성할 때 새로운 깨달음을 줄 때가 있다.  서양 미술을 다루는 첫 번째 전시실로 인체를 다룬  미술품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제공  Honolulu Museum of Art>

오 가 영호놀룰루미술관 아시아부 한국미술 담당한국국제교류재단 파견 객원 큐레이터  <고송문화재단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