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광장] 헌법소원 방해하는 임시 구제안 막아야

워싱턴 DC 전종준 변호사

한국 모 국회의원과 법무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국적법 토론회에 주 발표자로 초청받았다. 그러나 정중히 거절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 의원이 상정할 임시 구제안은 잘못된 국적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국적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은 것은 ‘표’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국 태생의 유승준과 미국 태생의 한인 2세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 따른 잘못된 선입견과 관련, 국민들을 납득시킬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한편 임시 구제안은 2015년 헌법소원의 반대의견 중 ‘예외적 이탈 허용’을 언급하면서 국적이탈기회를 놓친 사람들에게 국적이탈 기회를 부여하자는 것인데 이는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현재 5차 헌법소원의 청구인인 크리스토퍼 멀베이 군은 아버지가 미국인이고 한국어를 모르기에 국적이탈의 기회를 주어도 국적이탈이 거의 불가능하다.  아직도 국적이탈을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비록 안다고 해도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출생신고를 요구하는 임시 구제안은 근본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적이탈 절차는 비현실적으로 복잡하며 이를 간소화 한다고 해도 출생신고만은 그대로 남을 것이다.  그 이유는 출생신고가 병역인력 확보차원이란 변명 아닌 변명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동안 홍준표 법으로 인해 전 세계 한인 2세의 병역 인력이 얼마나 확보 되었나? ‘거의 없다’ 가 정답이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20여만 명에 달하는 미주한인 선천적 복수국적자 중에 겨우 151명만이 국적이탈을 했다.  따라서 출생신고를 요구하는 임시 구제안은 여전히 한인 2세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것이다.  멀베이 군과 같은 혼혈 한인 2세와 해외거주 한인 2세들이 국적이탈을 안하면 ‘병역 기피자’로 만들고, 국적이탈을 하면 출생신고로 이중국적의 꼬리표를 붙이는 불합리이다. 셋째, 임시 구제안 상정이 현재 계류 중인 5차 헌법소원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음모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진정 부정적 국민정서가 두려워서 국적법 개정안을 내지 못했다면 현재 접수되어 있는 5차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여 헌재의 위헌 결정을 통해 부정적 국민정서를 극복하는 방패로 삼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제껏 침묵하고 있었다. 2015년 헌법소원의 다수의견은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공직 진출은 “극히 우연적인 사정”이라며 공직의 범위를 아주 좁게 해석하여 5-4 결정으로 위헌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공직 진출은 사관학교, 군인, 연방 공무원, 경찰, CIA, FBI, 그리고 정치인 등을 망라하는 매우 광범위한 것이므로,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결코 타당하지 않기에 2016년에 접수한 5차 헌법소원에서 반드시 재확인되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임시 구제안 상정을 시도하는 것은 현재 계류 중인 헌법소원을 무력화 시키려는 정치적 음모가 아니면 무엇인가.  지금은 업적주의보다 국가의 백년대계와 세계화를 위해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또한 앞으로 국회가 시대에 맞는 영구적 국적법 개정의 길을 열어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끝으로, 국적 당연상실 제도가 긍정적 국민정서이기 때문이다.  한국 태생이 미국 시민권을 받으면 한국국적이 자동 상실되나, 미국 태생인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한국 국적이 자동상실되지 않는다.  2010년 개정법에서는 국적 자동상실 제도가 폐지되어 병역과 무관한 여성까지도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는 한 이중국적자로 남게 된다.  이로 인해 여성과 남성 모두 미 공직이나 정계 진출에 장애가 되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시민권도 취소하는 강경정책을 펴고 있는 마당에 한국 정부는 한인 2세들에게 이중국적에 대한 거짓 증언의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한국도 손해고 해외동포도 손해이다. 국적 당연상실 제도가 긍정적 국민정서이며, 형평에 맞는 글로벌 국적법이 될 것이다.